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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의 사회적 영향과 윤리적 고려

by aurora007 2025. 4. 11.

블록체인은 사회의 신뢰 구조를 재편하고 있으나, 동시에 새로운 윤리적 문제를 동반하며 그 영향력은 기술을 넘어선다.

 

블록체인 기술의 사회적 영향과 윤리적 고려

1. 신뢰의 재정의: 블록체인이 사회 시스템에 끼친 영향

블록체인 기술이 등장한 이후, 사회적 신뢰의 개념은 전통적인 권위 기반에서 기술 기반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이전까지 신뢰란 중앙 기관, 즉 정부, 금융기관, 대기업 등 공신력 있는 중개자의 보증을 통해 유지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그러한 신뢰의 중개자를 배제하고, 코드와 알고리즘, 그리고 분산된 참여자 네트워크를 통해 직접적으로 신뢰를 형성하는 시스템을 제시했다. 이로 인해 우리는 단지 기술의 변화가 아니라, 신뢰와 권력의 이동이라는 근본적 구조 전환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금융 분야다. 기존에는 은행이나 국가가 발행한 화폐를 기반으로 금융 시스템이 작동했다면, 이제는 개인 간에 화폐를 전송하고, 거래 기록을 검증하며, 스마트 계약으로 조건을 자동화하는 구조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블록체인 기반 금융 생태계는 금융 접근성이 낮았던 계층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국경을 넘어선 거래를 실시간으로 가능하게 함으로써 글로벌 경제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또한 투표 시스템, 교육 인증, 의료 기록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은 데이터의 위·변조를 방지하고, 중간 관리자 없이도 정보의 투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정부나 공공기관의 부패가 만연한 국가에서는 블록체인이 거버넌스의 투명성과 신뢰 회복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 그러나 모든 변화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기술은 중립처럼 보이지만, 그 설계와 운영, 적용 방식에 따라 사회 구조를 재편하거나 오히려 새로운 불평등을 낳을 수도 있는 힘을 가진다.

2. 디지털 소외와 불평등의 심화: 기술 접근성과 이해의 격차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라는 이상을 기반으로 모든 참여자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기술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적용 현장을 들여다보면, 블록체인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간극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기술을 이해하고 사용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 교육, 경제력은 특정 계층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블록체인 생태계 역시 또 다른 형태의 디지털 불평등을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다.예컨대, 암호화폐 지갑을 생성하고 거래를 관리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디지털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블록체인 기반의 투표 시스템이나 보건 관리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다. 기술이 보편화되기 전까지는, 이러한 시스템이 오히려 기존 시스템보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역설적인 문제를 낳는다. 특히 고령층, 저소득층, 기술 취약 계층은 그 혜택으로부터 소외되며, 이 과정에서 정보 격차가 더욱 고착화된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이 대규모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점도 중요한 문제다. 작업증명(PoW) 방식의 블록체인은 막대한 컴퓨팅 파워와 전력을 필요로 하며, 이는 환경 파괴는 물론 고비용 진입 장벽을 형성한다. 그 결과, 일반 개인보다는 자본과 자원을 가진 대형 채굴자나 기업이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부상하게 된다. 이는 탈중앙화라는 기술 철학과는 반대로, 실제로는 권력이 집중되는 새로운 구조를 낳는 셈이다. 이러한 격차는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와 제도, 교육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다. 블록체인이 진정으로 사회적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의 혁신뿐만 아니라, 그 기술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며,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기술 민주주의의 실현은 기술의 성능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설계와 의지에 달려 있다.

3. 기술은 중립이 아니다: 블록체인과 윤리적 숙제들

기술은 중립적이라는 말은 매력적이지만, 실제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블록체인 역시 기술적 설계와 운영 구조, 활용 방식에 따라 다양한 윤리적 문제를 낳는다. 대표적인 예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발생하는 투기, 사기, 자금세탁과 같은 불법적 행위다.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거래 시스템은 감시가 어렵고, 이는 오히려 불법 활동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다크웹에서는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가 범죄 자금의 유통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기술의 긍정적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또한 블록체인에 기록된 정보는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특성상, 잘못된 정보나 개인정보가 한 번 기록되면 삭제할 수 없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이른바 ‘잊힐 권리’가 블록체인 상에서는 원천적으로 실현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점은,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국제적 규범과 충돌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즉, 기술의 완벽함이 오히려 개인의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윤리적 딜레마가 발생하는 것이다.뿐만 아니라, 스마트 계약은 인간의 판단 없이 계약을 자동으로 이행하는 구조이기에,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융통성이나 해석의 여지가 없다. 이는 법적 판단과 도덕적 고려가 필요한 사안에서 인간 중심의 조율이 부재한 시스템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경고한다. 기술이 효율성을 극대화한다고 해서 그것이 항상 옳은 결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이 보다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자와 사용자, 정책 입안자 모두가 윤리적 관점에서 이 기술을 다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며,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결국 인간의 선택과 책임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설계 없이는 블록체인은 오히려 불평등과 혼란을 심화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