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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이 현대 문학에서 어떻게 표현되는가, 저항과 재현의 글쓰기

by aurora007 2025. 4. 6.

현대 문학 속 페미니즘은 단순한 여성 서사가 아니다. 그 글쓰기에는 성별, 권력, 언어의 경계를 해체하려는 저항과 실천이 담겨 있다.

 

페미니즘이 현대 문학에서 어떻게 표현되는가, 저항과 재현의 글쓰기

1. 여성의 시선으로 다시 쓴 세계: 전통 서사의 구조를 해체하다

현대 문학에서 페미니즘의 가장 두드러진 표현 방식은 바로 전통 서사의 구조 해체다. 고전 서사는 주로 남성 중심의 관점을 기반으로 전개된다. 남성이 주체가 되고 여성이 대상이 되는 구도, 즉 남성의 모험과 성장, 여성의 희생과 구원이라는 이분법적 플롯은 오랜 시간 문학의 기본 골격으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이후, 여성 작가들은 점차 이 서사 구조 자체에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고, 그 해체의 움직임은 오늘날까지도 문학 현장에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전환의 대표적 예는 자전적 서사의 확장이다. 전통적으로 문학은 ‘객관적 서술’ 혹은 ‘허구의 구성’을 지향해 왔다면, 페미니즘 문학은 오히려 개인의 경험, 특히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감정의 층위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글쓰기를 구성한다. 가정, 육아, 생리, 폭력, 모성 같은 여성 고유의 경험이 문학의 중심 소재가 되며, 이는 이전의 남성 중심 문학이 간과하거나 삭제했던 현실을 새롭게 복원한다. 단지 여성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또한 많은 여성 작가들이 사용하는 의식의 흐름 기법, 비선형적 서사, 다중 화자 구조 등은 전통적 서사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는 단순히 문학 기법의 선택이 아니라, 언어 자체가 남성 중심적으로 구축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이를 비틀기 위한 문학적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즉, 문학의 내용뿐 아니라 형식에서도 여성의 시선이 반영되는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 문학에서 페미니즘은 ‘여성이 주인공인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기존의 서사적 규범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권력관계를 어떻게 전복하며, 언어를 어떻게 새롭게 사용하는가에 관한 깊은 사유와 실천이다. 우리는 오늘날의 문학 속에서, 여성 작가들이 쓴 한 문장 한 문장마다 그들이 살아온 사회, 맞서 싸운 구조, 해체하고자 한 전통의 흔적을 읽어낼 수 있다. 결국 페미니즘 문학은 문학의 본질을 묻는 동시에, 새로운 문학적 가능성을 실험하는 전위의 장이다.

2. 침묵을 언어로 바꾸다: 여성 경험의 재현과 감정의 정치화

현대 페미니즘 문학은 억압되고 삭제되었던 여성의 경험을 문학적 언어로 다시 쓰는 행위다. 오랫동안 문학은 ‘보편성’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의 감정과 경험을 주변부에 두었다. 여성의 고통, 노동, 성적 대상화, 사회적 위계 속에서의 침묵은 ‘사소함’ 혹은 ‘사적인 것’으로 치부되어 문학의 본류에 포함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침묵이 언어가 되고, 그 언어는 정치적 발언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감정의 정치화이다. 여성의 우울, 분노, 혐오, 두려움 같은 감정은 오랜 시간 비합리적이고 과도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현대 문학은 이러한 감정을 사회 구조에 내재된 억압의 결과물로 재해석하며, 그것을 정당한 표현이자 저항의 방식으로 서사화한다. 예를 들어, 한 여성이 겪은 성차별이나 가정 내 폭력 경험은 단순한 개인적 비극이 아니라, 그것이 사회 구조 안에서 반복되는 문제임을 서사를 통해 드러낸다. 이러한 감정의 서사는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넘어 연대를 가능케 한다. 특히 최근의 문학에서는 몸의 경험이 주요하게 다뤄진다. 생리, 임신, 출산, 성적 접촉 등 그동안 말해지지 않았던 몸의 감각을 세밀하게 묘사함으로써, 독자가 여성의 존재를 단지 ‘타자’가 아닌 ‘동등한 존재’로 인식하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 이 과정에서 문학은 사회적으로 규정된 여성성을 벗겨내고, 그 너머에 있는 실제 여성의 삶을 재현한다. 몸의 경험은 더 이상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존재의 증명이며, 문학적 사유의 중심이 된다. 또한 여성 간의 관계, 즉 여성 연대의 서사 역시 중요한 흐름 중 하나다. 과거의 문학이 남성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여성 캐릭터를 그려냈다면, 현대의 페미니즘 문학은 자매, 친구, 모녀 사이의 감정 교류와 그 안에서 생기는 갈등, 화해, 공감을 중심에 둔다. 이처럼 여성 간의 감정선은 단지 관계의 부속물이 아니라, 서사의 본질을 형성하는 중요한 기제로 작용한다. 결국 현대 문학 속 페미니즘은 언어화되지 못했던 여성 경험을 드러내고, 감정과 신체를 통해 사회를 재해석하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간 존재를 이야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단순한 피해자의 고백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창조적 정치 행위라 할 수 있다.

3. 타자를 향한 확장: 교차성 페미니즘과 포용적 서사의 미래

현대 페미니즘 문학은 단지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도에서 벗어나 더 넓은 타자의 경계로 시선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페미니즘이 단순히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억압받는 존재에 대한 감각을 길러내는 사유체계로 작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교차성 페미니즘(intersectional feminism)**이다. 교차성은 인종, 계급, 장애, 성적 지향, 지역, 교육 수준 등 다양한 정체성이 얽히는 지점을 주목한다. 이를 문학에 적용하면, 단지 ‘여성’이라는 하나의 정체성이 아니라, 여성+비정규직+이주노동자+장애인+퀴어 등 복합적 존재들이 등장하게 된다. 실제로 현대 문학에서는 이러한 교차 정체성을 가진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며, 단일한 정체성의 프레임을 벗어나 복잡하고 다층적인 현실을 조망하려는 노력이 이어진다. 이러한 문학은 기존 문학의 중심에서 벗어난 ‘타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준다. 예를 들어 이주 여성 노동자의 일상, 장애 여성의 연애와 자립, 퀴어 여성의 가족 갈등 등은 과거 문학에서 보기 힘들었던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제 이 이야기들은 문학의 주류로 떠오르며, 독자에게도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이로써 페미니즘 문학은 단지 성별의 문제를 넘어서 포괄적 인간의 문제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또한 이런 서사 확장은 남성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이전의 남성 중심 서사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자, 남성 작가들 역시 여성 혹은 제3의 성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시작했다. 물론 그중에는 실패하거나 피상적인 접근도 있지만, 중요한 건 페미니즘 문학이 문학 전체의 상상력과 윤리 기준을 바꾸어놓았다는 점이다. 즉,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문학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문학 속 페미니즘은 단지 여성의 글쓰기를 넘어서, 누락된 삶, 지워진 이야기, 발화하지 못한 목소리를 드러내는 전체적 문화운동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더 나은 문학이자,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징후다. 문학이란 결국, 누가 말하고 누가 듣는가의 문제이며, 페미니즘은 그 말하기와 듣기의 균형을 다시 맞추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균형은 앞으로도 문학이 타자를 포함하며 계속 나아가야 할 방향이 될 것이다.